여자친구의 밝고 명랑한 모습이 좋았어요. 매사에 쿨하고 털털한 태도에 인기도 많은 아이길래, 저랑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요. 하지만 사귀고 나서 마주한 여자친구의 모습은 제 예상과는 많이 달랐어요. 사귀기 전의 시원시원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, 사사건건 간섭해서 저를 바꾸려 드는 게 아니겠어요?
저희는 술자리에서 만났어요. 저는 술을 많이 좋아하고, 술자리도 즐기는 편이에요. 저는 여자친구도 그런 줄 알았어요. 사귀고 나서도 여자친구에게 술 약속이 생기면 충분히 존중하고 보내줄 의향이 있었어요. 하지만 여자친구는 제가 더 이상 그런 자리에 나가지 않길 바라는 거예요. 저한테 짜증까지 내면서요.
그리고 본인의 그런 무리한 요구들까지 제가 들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아주 당연하게 여겼죠. 고마움을 표현할 줄을 몰랐어요. 아니, 술자리를 못 나가게 할 거면 비어버린 시간들이 심심하지 않게 자주자주 만나서 놀아주던가, 다른 사람과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게 같이 좀 마셔주던가 하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줘야 할 거 아니에요. 그래도 저는 그다지 불쾌한 티를 내지 않았어요. 서로 맞춰가는 게 연애니까요.
다만 제가 노력하는 만큼 여자친구도 노력하길 바랐어요. 솔직히 여자친구가 절 계속 건드리는 게 너무 피곤했거든요. 여자친구에게 그런 제 의견을 좋게 전달하기도 했죠. 하지만 걘 바뀌는 게 없었어요. 그 애가 절 고치려 드는 부분은 점점 더 늘어났고, 어느 순간부터 전 이 모든 상황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어요. 더 이상은 걜 받아줘야 할 필요성을 모르겠더라고요. 여자친구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짜증 나서, 연애를 끝내야겠다고 결심했어요.
그 이유가 뭐냐고요? 그 애는 쉴 새 없이 저에게 뭔가를 요구해댔지만, 정작 제가 부탁한 건 들어주지 않았잖아요. 제 생각에 그 앤 연애를 하면서 자기 손에 쥔 걸 포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. 제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말해줘야 했을까요?
저는 그 애랑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. 그 애를 고치기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훨씬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.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? 제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면, 걔도 그만큼은 뭔가를 보여줬어야죠. 헤어진 이유를 정말 모르겠대요? 모른 척하는 게 아니라요? 전 꾸준히 의사 표현을 했어요. 그런데도 모른다면 제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은 그 애 잘못이지 어쩌겠어요.